불안한 중동…'사상최고 유가'자극

올해 WTI 50%, 두바이 61% 급등..."70달러 돌파 시간문제"


국제유가가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배럴당 65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테러 가능성, 이란의 핵시설 재가동 등으로 야기된 중 동지역의 불안정한 정세가 수급문제로 가뜩이나 불안한 움직임을 보여온 국제 원유시장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뉴욕시장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8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배럴당 64.99달러까지 치솟은 끝에 지난주 말보다 1.63달러(2.7%) 오른 63.94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가 63달러를 넘어선 것은 83년 뉴욕에서 원유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래 처음 이다.

WTI 가격은 올해 초 42.12달러와 비교하면 8개월 동안 51.80% 상승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이 되는 두바이유도 덩달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8일 배럴당 55.49달러로 연초 34.31달러에 비교하면 올 들어서만 61.7% 상승했다.

◆ 국제유가 왜 폭등하나
＝이날 유가가 이처럼 폭등한 것은 사우디의 외국인과 시설물에 대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이 사우디 소재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8일부터 이틀간 폐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국 호주 등도 "무장세력 이 사우디를 공격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첩보 가 있다"고 밝혀 중동 정세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과 핵 협상을 벌여온 이란이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밝힌 점도 원유시장에 불안 요소로 등장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유 수급 불안이 한층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는 "WTI 가격이 65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 "라고 전망하는 등 대다수 전문가들과 분석기관들은 당분간 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우디에 대한 테러 가능성 등 최근 불거진 중동 정세 불안은 국제유가 상승의 단기적인 빌미가 된 것일 뿐 국제유가시장 은 이미 수급 차질로 인해 가격상승 조짐을 꾸준히 보여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정유업계의 낙후된 시설도 수급문제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로이터는 "하루 20만배럴 정제능력을 가진 미국 서노코의 필라델피아 정유공장 에서 지난주 말 화재가 발생한 점이 바로 이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상기시키며 "또 미국 석유 설비들이 집중돼 있는 멕시코만에 잇따라 허리케인이 상륙하고 있는 점도 유가 상승의 변수"라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지난주 20만배럴가량, 휘발유는 180만배럴이나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오는 4분기 세계 석유 수요도 현재 하루 8360만배럴에서 8590만배럴로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이며 수급 불안을 반영했다.

미국의 석유재고는 10일 발표된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는 "기본적으로 원유 수 급 차질 때문에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하락하기보다는 당분간 65달러를 넘어 서 70달러까지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 "사우디에서 테러가 발생 하는 등 중동 정세 불안이 현실화되면 유가가 한 단계 더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박사는 "중동지역 정세 불안이 현실화되더라도 그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며 '제3차 오일쇼크'와 같은 극단적인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 라고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현재의 유가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면 올해 유가는 지난해 연평균 유가인 33.70달러를 20달러가량 웃돌게 된다"며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1.1%포인트 둔화되고 소비자물가는 0.7%포인트 추 가 상승한다"며 경제ㆍ산업 전반에 대한 충격을 염려했다.